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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김영심 2024. 3. 2. 01:21

최근 일상이 평화로와서 글이고 일기고 간에 도무지 써지지가 않았다.

나에게 글이란 인생의 거대한 역경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차가운 시련의 바람이 쉴 새 없이 양 볼에 싸다구를 내려칠 때라야 비로소 잘 써지는 법이다.

아무리 그래도 글 하나 쓰자고 일부러 폭풍의 언덕으로 걸어 올라가는 건 가당치도 않을 일이다. 글이 뭐라고 안쓰면 그만이지. 인생의 볼 싸다구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허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인생이란 예측한대로만 굴러가지지가 않는다. 알 수 없는 변주곡이 난무한 괴랄한 음악과도 같달까. 그렇다. 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뻥 걷어 차버리고 고난의 사막에 스스로 발을 들여놨으니 강의를 하겠다고 자처하여 나선 것이다.

그런까닭에 글이 기깔나게 잘 써진다. 지금도 강의준비 하려고 앉은 자리에서 하려는건 안하고 이런 글이나 쓰고 자빠져 있는걸 보면 어떠한 심리 상태인지 알아차렸을 터.

강의를 끝내면 고요의 평화가 찾아오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인생의 변주곡에 능히 그루브를 타는 나는 본래가 잔잔한 물결 선호형 인간이 아니다. 또 다른 고난의 파도에 뺨을 들이 댈 확률이 높다는 뜻. 그러니까 시련은 나에게 패시브이고 곧 일상이다.

걸어들어 간 길이 폭풍의 언덕이든 고난의 사막이든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거라면 그게 뭐든지 그 자체로 정답이니까 이젠 그만 농땡이 부리고 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