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내가 구독하던 잡지가 있었다. 나름 깊이있게 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읽을 거리도 풍성해 다 좋은데 대단히 큰 불만이 하나 있다. 예를들면 이런 구절이다.
미래를 위한 레퍼런스.
리브랜딩된 X는 트위터의 중력을 넘어설 수 있을까.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리얼리트랩스부분의 손실.
포르노그래피로의 악용은 딥페이크의 폭력.
티켓값이 다이내믹 프라이싱 때문에 폭등.
오버투어리즘으로 에어비앤비 숙소의 단기 임대 허가 철회.
영어가 왜 이렇게 많지? 미국잡지인가 해서 발행인을 다시 확인한다. 번역물이라면 번역자가 참 게으르네 생각한다. 홈페이지는 더 가관이다. 모든 목차가 영어로 되어 있다.
영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문장이 있다는 걸 이해한다. 한글 대체어가 있지만 영어로 쓰면 본래의 뉘앙스나 맛이 달라지고 그 편이 나을 때가 있단 것도 안다. 하지만 왜 문장마다 영어를 끼얹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착실히 의무교육 받고 대학교까지 마친 나도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자연히 가독성은 더럽게 떨어진다. 영어를 덕지덕지 바른 문장은 하나도 ‘힙’하지도 않고 ‘트렌디’ 해보이지도 않다. ‘올드’하다 못해 구지고 후지다. 무엇보다도 독자 친화적이지 않으며 독자를 위한 배려심이 없어 보인다.
요즘 스타트한 미라클 모닝 실천을 위해 일찍 출근한다. 프로패셔널해 보이기 위해 픽한 딥블루의 트러스트 간판이 날 에스코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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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의 업무방식은 콜드한 시티의 커리어우먼답게 넘치지도 빠지지도 않는다. 기분이 한껏 블링블링 해졌다. 런치 메뉴는 지하에 생긴 식당에서 된장찌개에 제육 조합이 어떨까 생각한다. 맛도 맛이지만 한끼에 만원이라는 리즈너블한 프라이스가 마음에 든다.
오늘은 일찍 출근했으니 워크앤라이프 밸런스를 위해 평소보다 이른 퇴근이어도 낫 베드겠지. 디너는 토란국에 우렁쌈밥이 어떨까. 지수와 식사하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자. 러닝크루를 구경하는 맛도 있으니까. 그렇담 집으로 돌아갈 땐 기분 업되고 하루를 제대로 피니시 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