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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양말

인간이란 얼마나 부조리한가. 합리적인척 하지만 실상은 편견과 아집의 챗바퀴속에서 살아간다. 일상 속에서 가장 흔히 목도하는 풍경은 매일 신는 양말에서부터 출발한다. 본격 양말 얘기를 하기 전에 장갑 얘기부터 운을 띄워 보겠다. 장갑은 형태적인 측면에서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벙어리 장갑과 손가락 장갑이다. 기능적 측면에서 보자면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통으로 묶는 벙어리형 보다는 다섯 손가락을 각기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손락형이 자유롭고 편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벙어리 장갑이 세상에서 멸종되지 아니하고 끈질긴 명맥을 이어온 이유는 나름이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그 중 으뜸은 심미적인 이유라고 본다. ‘벙어리장갑 = 귀여움’ 등식이 성립한다. 벙어리형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5.01

쿨병은 쿨하지 않다

작년 프랑스 올림픽을 통해 급부상한 운동선수의 인터뷰 중 기억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SNS에서 선수를 향해 멋지다고 언급한 일론머스크의 피드를 봤는지. 봤다면 어떤 기분이었는지 소감을 물었다. 선수의 대답인 즉 “그냥 그랬어요” 진행자가 의아해하며 일론머스크의 인상이 어떤지 다시금 물으니 “뭐 그냥 돈 많은 아저씨” 내가 출전한 경기를 보고 멋지다고 말해주는데 그게 누가됐든 지나가는 사람 아무개한테라도 응원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쿨병 보균자는 쿨병 감염자를 알아보는 법이다. 나는야 장기간 쿨병으로 와병생활한 이분야 최고권위자로써 몇가지 증상만으로도 어느정도는 진단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분 쿨병 투병 중이신것 같다. 병세가 자못 위중하다. 아무쪼록 빠른 쾌유를 빈다.최고권위자 답게 ‘..

카테고리 없음 2025.03.01

비계적 가난과 경제적 비만

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본식부터 간식까지 종류가 워낙 다양해 뭘 먹어야하나 선택장애가 올만큼 풍요의 시대다. 심지어 밖에 나가지 않고도 휴대폰으로 손가락 몇번만 튕기면 세계의 만찬을 곧장 집으로 배달시켜주니 차릴 필요도 없이 그저 뜯어서 먹기만 하면 된다. 티비를 틀어도 맛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식사 시간대의 프로들은 노골적인 편인데 음식에 카메라를 잔뜩 줌인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음식을 바로 내 코 앞에 들이대는 것 같다. 티비의 열기인지 음식의 뜨끈함인지 헷갈린다. 모니터를 뚫고 음식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흡사 기만행위의 고문과 같다. 이러한 고문이 가장 잔혹하게 자행되는 곳은 단연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 설치된 티비..

카테고리 없음 2025.02.23

주말 오후 4시

시간에 따라 햇빛의 색깔이 달라지는거 아니? 아침에는 로즈골드 색으로 반짝이고 점심에는 형광등처럼 환하게 쨍하거든. 해질녘 오후에는 레몬버터크림 색으로 따스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나는 주말 오후 4~5시를 제일 좋아해. 해가 완전히 넘어가는 늦은 오후엔 황금 오렌지와 라벤더빛 보라색이 구름을 쓰다듬어줘. 시간이 더 흐르면 태양은 투명하게 짙은 남색을 남기고 돌아서지. 태양의 뒷머리채를 잡아끌어 더 앉아있다 가라고 붙들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아. 그치만 아쉬워 할 필요는 없어. 모래같이 반짝이는 별빛과 매일 달라지는 얼굴로 방긋 인사해 주는 달빛이 있으니까.시간의 흐름은 색깔만 바뀌는게 아니라 생각도 바꿔놓나봐. 아침에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앞으로의 인생과 소망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반..

카테고리 없음 2025.02.23

아무튼 데모

아무튼 데모 - 정보라이 나이쯤 먹으면 처음 접하는 유형의 사람은 점점 드믈어 지는데 정보라 작가는 이런 나의 안일한 사고방식을 비웃듯 한번에 격파 시켜버렸어. 세상에 데모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라니 넌 들어봤니?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장애인 차별철폐, 쌍용차 부당해고, KTX 비정규직 해고 등등 우리사회에 굵직한 데모뿐만 아니라 내가 잘 몰랐던 데모들도 정작가는 참으로 성실하게도 참여했더라.일단 초반부에는 충격적이었어. 이렇게까지 한다고? 솔직히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일이고 사건사고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잖아. 그러다보니 나랑은 크게 관계 없는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 않겠어? 뭐 관계성을 찾으라면 찾을 수 있겠지. 억울한 일을 당한 이의 마음은 어떨지 상식적 수준의 공감능력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2.23

수다쟁이

발레를 한지 3년 반정도 됐다. 요사이 부쩍 체형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하면 1. 굽은 등이 펴졌고2. 목이 길어졌으며3. 팔뚝이 얇아졌다.팔뚝 얘기를 먼저 해 보자면 나는 3대째 이어온 저주 받은 한팔뚝 집안 출신이다. 4대째 혹은 그 이상일 수 있으나 증조 할머니 팔뚝은 본적 없으므로 내 눈으로 확인된 것만 일단 3대째는 확실하다.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들의 한결 같이 굵다란 팔을 보고 자란 나는 자연스레 내 팔뚝의 두께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할 수 있었다. 평생을 두꺼운 팔로 생을 마감하리라는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허나 발레를 하고 3년이 지나니 저주의 사슬이 녹슬고 있는게 보인다. 팔뚝의 상당량을 덜어내는 중으로 발레를 하고 운명이 바뀌었다.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주에 발..

카테고리 없음 2024.12.20

속죄

오늘도 6시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집을 나서기 전 자고 있는 지수에게 뽀뽀를 한다. 내 기척에 지수가 깬다. 지수는 자다 깨도 친절하고 다정하다. 비몽사몽간에 웃으면서 인사를 해준다. 어쩌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오늘도 지수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그는 뼈속부터 선한 사람이다. 6시 40분쯤 집을 나선다. 현관 앞에 쓰레기 봉지가 놓였다. 지수가 둔 건가보다. 출근하는 길에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봉지를 짚어 들었다. 11월의 6시 40분은 아직 밤이다. 대문으로 나가는 계단이 깊은 우물처럼 푸르스름 어둡다. 하나씩 계단을 내려다가 더듬거리는 발이 주춤하는 순간 무게중심이 쏠려 발목을 팍 삐었다. 으악! 너무 아파 얼굴이 확 찡그러지고 잠깐동안 숨이 안 쉬어진다. 헉헉..

카테고리 없음 2024.11.22

휴가

3주간의 긴 휴가를 가졌다. 개업한 이래로 마치 방학과 같은 긴 휴가를 처음 가졌다. 감사하다. 휴가를 보내며 몇가지 느낀 점이 있다. 첫째. 시간이 많으니 시간을 함부로 쓰게 되고 낭비하게 된다. 가령 잠을 12시간씩 내리 자거나 가십거리만 잔뜩인 사이트를 하루 종일 들락날락한다. 둘째. 시간이 갈 수록 나태해지고 수면 패턴이 점점 늦어지며 바이오리듬이 불규칙적으로 바뀐다. 새벽 2시에 잠들어 해가 중천에 뜰 때서야 일어 난다. 당연히 아침식사는 거르고 점심으로 첫끼를 3시에 먹는 식이다. 셋째. 살찐다. 집에만 있으니 활동량이 현저히 적고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해서 살 찌기도 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더 먹게된다. 배고플 새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먹고 조금만 배가 고파도 참을 수가 없다. 회사 다닐 때..

카테고리 없음 2024.10.31

실화탐사대

휴가기간 동안 “실화담사대”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보아 느낀 점이 있어 몇 자 적는다.1. 나에게 삶에 힘든 일이 생기지 않아서 감사하다. 인생이 풍파에 휩싸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큰 축복이구나. 내가 그 축복 속에 있어 주님께 감사하다.2. 욕심을 버리자. 사람은 욕심 앞에서는 눈이 멀게 된다. 눈이 멀게 되면 사리분별을 못하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비정상적인 판단을 한다. 원인은 욕심이다. 나의 노력과 능력에 벗어나는 일확천금의 이득은 애시당초 바라지도 말자.3.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은 단칼에 거절하자. 설령 부탁을 해 온 사람과 인연이 끝난다해도.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인연 유지가 아니라 나의 인생 유지이다. 무리한 부탁을 하는 사람과는 구태어 인연을 이어갈 가치가 없다. 오히려 악연..

카테고리 없음 2024.10.31

흑백요리사 - 팀원의 중요성

지난번에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팀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1. 리더의 지시에 따른다. 일단 배에 탔다면 리더의 지시가 마음에 안 들어도 따르고 해 본다. 리더의 지시에 따를 생각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그 리더가 지휘하는 배에 올라타지 말았어야 한다. 아니면 중간에 내리거나. 가자미 미역국을 왜 광어로 해? 미쳤나? 생각이 들어도 리더를 믿고 가야한다. 리더가 동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서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면 그 배는 좌초된다.2. 내가 팀원인지 리더인지 분간한다.팀원도 사람인지라 리더가 지시한대로 해 봤는데 도저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다른 팀원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이건 아닌거 같은데”라는 식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내야할까? 리더의 지시에..

카테고리 없음 2024.10.31